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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제목 :     내용 : 평소보다 조금 늦게 눈을 떴습니다. 오후 늦게부터는 비가 온다는 그것도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많은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내심 불안한 마음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밖이 환한 걸로 봐서 오늘 산행에 큰 지장은 없겠다는 안도감에 청소기도 부지런히 돌리고 서둘러 밖으로 나왔습니다. 평소 지각을 많이 해서 오늘만큼은 늦지 않도록 바짝 신경을 썼습니다.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 하는 것을 보니 오늘 산행의 동반자는 거의 없을 것 같다는 마음에 도봉산 역에 도착했습니다. 11시 21분! 부산을 떨고 왔는데도 조금 늦었습니다. 행여 누구라도 왔을까 하여 두리번거렸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조금은 맥빠진 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너 도봉산으로 향했습니다. 이 때는 비가 오지 않아 편하게 걸었습니다. 비가 온다는데도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그리 적지는 않았습니다. 도봉산의 매력은 산세도 좋지만 그것보다는 먹거리가 푸짐한 것이 정말 최고입니다. 산 오징어와 갖가지 해물을 파는 곳, 먹음직스런 족발과 머릿고기, 파전에 도토리묵에 동동주, 깔끔한 손칼국수에 시원한 국물, 어릴 적 향수를 불러주는 국화빵에 군옥수수, 직접 만드는 순두부에 각종 두부요리...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먹거리의 천국 도봉산은 정말 왕입니다! 슬슬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준비해 간 우의를 꺼내어 입고 천천히 위로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선가 색소폰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다리가 불편한 분이 구성지게 색소폰연주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지나치려다 천원짜리 지폐를 살포시 그 분 앞에 있는 바구니에 내려 놓았습니다. 구성진 색소폰연주에 대한 조그만 마음이지요. 어느덧 도봉산 최고봉인 자운봉코스와 우이암코스의 갈림길에 다다랐습니다. 윤이사의 컨디션이 그닥 좋아 보이지도 않고 또 비가 많이 오면 어쩌나 싶어 조금은 손쉬운 우이암코스로 향했습니다. 저는 그 코스는 처음이었는데 참 아기자기하고 자연과 인공이 잘 조화된 마음에 쏙 드는 코스더군요, 급경사도 없고 계단도 별로 없는 아주 이상적인 코스라고 탄복을 하며 한 발 한 발 올랐습니다. 산세가 좋아서인지 오르는 길마다 사찰이 많았습니다. 구봉사, 성불사 또 ??사 그리고 ??사 ..... 조금 힘들어 하는 윤이사를 짐짓 모른체하고 앞서 올랐습니다. 위치에너지는 높이 오를수록 커지니까, 힘든 만큼 그 만큼 기쁨도 배가하고 내려오는 발걸음도 훨씬 가벼워지니까, 힘든 만큼 그 만큼 건강해지는 거니까 안타깝더라도 모른체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윤이사님 미안합니다. 보슬비 오는 도봉산은 참으로 환상이었습니다. 이쪽 저쪽에서 피어 오르는 물안개와 신록의 푸르름이 더해진 도봉산의 자태는 가히 세파에 잔뜩 멍든 가슴을 뻐~엉 뚫어 주고도 오히려 남음이 있었습니다. 우이암(우리는 우이암인줄 알았습니다)에 올라 앞에 펼쳐져 보이는 자운봉, 선인봉, 만장봉 그리고 오봉은 역시 북한산 줄기인 도봉산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하였습니다. 내려오면서 보니 바로 옆의 범상치 않은 높다란 바위가 우이암이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빗발이 조금씩 굵어지는 바람에 아쉬움을 접고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비가 계속 내렸지만 준비해 간 김밥과 요기를 위해 적당한 곳에 프라이를 치고 점심을 할 요량으로 내려오는데 정말 기가 막힌 천연의 프라이가 쳐져 있는 곳을 보게 되었습니다. 마침 점심을 마치고 자리를 뜨려는 사람들(14명)을 뒤이어 우리는 그 곳에서 점심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나는 사람들마다 부러워하면서 집세를 받아야 한다는 둥 온통 난리였습니다. 우리도 다음 사람에게 집세없이 자리를 양보하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하산길에 구봉사에 들렀습니다. 경내에는 조금 허접한 해우소와 가마솥이 걸린 부엌이 잠시 옛생각을 나게 하였습니다. 경내 곳곳에 붙은 "언제나 처음같이"란 말이 유난히 가슴을 쳤습니다. 무량수전에서 석 삼배를 올리는 윤이사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내년이면 은혼식을 맞게 되는 우리들의 지난 날들이 하나 둘씩 오버랩되었습니다..... 또 다시 25년이 흘러 금혼식을 하게 될 때도 건강하게 산행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마음 속으로 기도해 봅니다. 아련하고 색다른 산행을 하게 되어서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첨부 :        비밀번호 :